1년간 트래픽머신에서 배운 ‘진짜 일 잘하는 법’ 7가지
주어진 일을 하던 사람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전환을 설계하는 마케터가 되기까지. 시행착오와 실행으로 가득했던 1년의 기록입니다.

실행으로 증명한 1년:
문제를 '찾는 사람'으로 성장하기까지
2024년 5월 7일, 저는 처음으로 트래픽머신에 정식 출근했습니다.
프리랜서 콘텐츠 에디터로 일하던 저에게는, 팀에 속해 일한다는 것이 낯설고도 설레는 일이었습니다. “마케터로서 나는 어떤 사람일까?” 스스로에게 던졌던 이 질문은, 그 뒤 1년 동안의 고민과 실행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오늘, 트래픽머신의 그로스 파트너인 실리콘밸리 창업가가 한국에 방문했고, 그와 함께 준비한 행사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크게 보면 1년, 작게 보면 마케팅 실험과 콘텐츠 제작, 전환율 체크, 피드백 반영의 반복이었습니다.
무언가를 완전히 알게 됐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 과정에서 분명히 배운 것들이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건 일의 방식이기도 했고, 사람과 일하는 태도이기도 했고, 결국은 제 자신을 움직이는 기준이기도 했습니다.
성장의 3단계
가영님, 아이린님과의 원온원 미팅을 하면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성장의 3단계였는데요.
- 주니어: 정해진 문제를 잘 수행하는 사람
- 시니어: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안하고 실행하는 사람
- Problem Solver: 임팩트 있는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해결하는 사람
처음엔 ‘주어진 일을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정해진 마감에 맞춰 콘텐츠를 만드는 것. 그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 우리가 진짜 풀어야 할 문제는 뭘까?
- 이 지표가 안 나오는 본질적인 이유는 뭘까?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는 문제를 ‘받는 사람’에서 ‘찾는 사람’으로 천천히 변화해왔습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7가지로 정리해 봅니다.
1. 결과는 ‘실행의 질’에서 나온다
처음에는 ‘좋은 글’이란, 읽기 쉽고 감정을 건드리는 문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차례 뉴스레터를 보내고, 랜딩페이지를 기획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진짜 중요한 건 ‘좋은 글’보다 ‘전환을 만드는 글’이라는 것.
예를 들어, 하이아웃풋클럽 뉴스레터를 쓸 때 단순히 멤버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나 유용한 팁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읽은 사람이 ’그래서 뭐하지?’를 떠올리게 만들지 못하면, 그 글은 목적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뉴스레터를 쓸 때마다 다음과 같은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 왜 이 이야기를 지금 하는가? (맥락 잡기)
- 이 글이 독자에게 어떤 인사이트/감정을 줄 것인가?
- 이 감정이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들 것인가?
- 그 행동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유도할 것인가? (CTA 위치, 문장 배치, 흐름 조절)
실제로 같은 메시지를 다루더라도, 말의 순서, CTA 위치, 심지어 단어 하나 차이로 전환율이 달라졌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결과는 디테일에서 온다’는 말을 실무로 배운 거죠.
그리고 무엇보다 가영님이 자주 하시던 말이 지금도 떠오릅니다.
“리소스 대비 우리가 더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시도가 무엇인가요?”
단순히 열심히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지점을 정교하게 설계하느냐’가 결과를 만든다는 철학.
이것이 트래픽머신에서의 실행 방식이었고, 저는 그 안에서 실행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배웠습니다.
2. 성공은 실험의 반복 끝에 온다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조회수가 터지는 꿈을 꿉니다. 저 역시 콘텐츠를 사랑하며 4년 넘게 일해왔지만, 정작 '대박' 콘텐츠는 없었습니다.
하이아웃풋클럽 3기 당시, 멤버들에게 조회수를 높이는 콘텐츠에 대해 조언하면서도 “나는 과연 실무자로서 뭘 증명했지?”라는 부끄러움이 들기도 했죠.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나도 100만 릴스 한 번 만들어보자.”
이전과는 다른 시도를 시작한 겁니다.
바로 제가 직접 등장하는 릴스를 기획했고, 기존의 인터뷰형 콘텐츠에서 벗어나, 화면 전환과 유머, 후킹이 있는 역동적인 콘텐츠로 전환했습니다.
기존 → 새로운 시도
- 인물: 멤버 중심 → 직접 등장
- 내용: 후기 위주 → 실용적인 인사이트 제공
- 타겟: 기존 팔로워 → 인스타 초보 1인사업가, 마케터까지 확장
- 특성: 정적 콘텐츠 → 동적인 화면 연출, 예상치 못한 시작
이런 실험 끝에 나온 릴스가 10번의 시도 후에 히트를 쳤고, 5월 25일에 올린 콘텐츠는 한 달 뒤 100만 뷰를 넘기더니, 결국 234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계정의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얻은 가장 큰 인사이트는 이거였습니다.
“한 번의 대박보다, 열 번의 실험이 진짜 실력이다.”
사람들은 익숙하지만 살짝 새로운 ‘한 끗 차이’의 콘텐츠에 반응했고, 저는 유행하는 포맷을 관찰하고, 그걸 저만의 방식으로 변주하는 연습을 계속했습니다.
또 하나. 이 릴스 덕분에 팔로워는 4,500명 이상 늘었고, 그 여파는 다른 콘텐츠의 도달률까지 상승시키는 계정 전반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지식의 저주’를 벗어나는 것도 배웠습니다.
“내겐 당연한 정보도 누군가에겐 처음 접하는 유용한 정보일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정보를 낯설고 강력한 방식으로 전달하면, 그건 충분히 조회수를 견인하고, 나아가 브랜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단순한 조회수 외에도, 참여율, 전환율 같은 다양한 지표를 함께 바라보는 시야도 함께 넓어졌습니다.
조회수는 ‘시작점’일 뿐, 진짜 마케터는 그 이후의 흐름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도요.
3. 전환은 신뢰 + 타이밍으로 완성된다
처음에는 전환을 만들기 위해 ‘한 방 있는 콘텐츠’를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실무를 하면서 점점 명확해진 건, 신뢰는 누적되고, 전환은 타이밍에 반응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하이아웃풋클럽 기수 모집 당시였습니다.
당시 우리는 단순히 “모집합니다”라고 말하기보다, 그 전에 여러 접점을 통해 ‘믿을 수 있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먼저 쌓는 데 집중했습니다.
예를 들어,
- 뉴스레터로 유용한 콘텐츠를 먼저 제공해 ‘배움의 장’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 기존 멤버들의 진짜 후기 콘텐츠로 사회적 증거를 쌓으며
- 무료 세션으로 직접 체험하게 해 참여 문턱을 낮췄습니다.
그렇게 구성된 일련의 퍼널은 모집 기간과 맞물렸고 실제 모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때 제가 확실히 느낀 건 두 가지였습니다.
① 단순히 하나의 콘텐츠가 전환을 만들지 않는다.
② 사람은 ‘납득 가능한 감정 + 지금 해야 할 이유’가 주어질 때 움직인다.
그래서 저는 이후부터 ‘전환’을 설계할 때 이렇게 생각합니다.
- 신뢰는 선행되어야 한다. 콘텐츠, 후기, 경험, 응답 속도까지 전부 다 쌓인다.
- 타이밍은 예측하고 만들어야 한다. 사람은 기한이 있을 때 움직인다. 그러나 압박이 아니라 ‘이제는 해도 되겠다는 감정’이 먼저 따라와야 한다.
결국 전환은 “왜 지금 해야 하죠?“에 대한 정답이 아니라, “이제는 나도 괜찮겠다”는 심리적 신호를 얼마나 잘 설계했는가의 문제라는 걸 배웠습니다.
4. 브랜드는 말이 아닌 ‘느낌’의 총합이다
처음엔 브랜드란 멋진 슬로건이나 디자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하지만 트래픽머신에서 1년을 보내며 배운 건, 브랜드는 결국 ‘사람들이 반복해서 느끼는 경험의 총합’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하이아웃풋클럽을 운영하며 자주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하이아웃풋클럽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지지해주는 세이프존이에요.
단순히 “우리는 세이프존입니다”, “실행 환경을 제공합니다” 같은 문장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런 환경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콘텐츠,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 구조까지 모두 신경 썼습니다.
예를 들어,
- OT에서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말투와 분위기를 설계했고
- 뉴스레터나 슬랙 공지에서는 늘 맥락과 방향성을 충분히 설명하며 ‘우리가 왜 이걸 하나요?’에 대한 납득을 만들었습니다.
- 문의가 왔을 때 응답의 속도, 말투, 태도까지도 하나의 브랜드 경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브랜드는 말로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곳은 이런 곳이야’라고 느끼는 감정적 결론입니다.
그 감정은 한 번의 강한 자극보다는 작고 일관된 경험들이 쌓여야만 만들어지더라고요.
5.‘데이터'는 감각을 검증하는 ‘두 번째 눈’이다
처음에는 뉴스레터나 콘텐츠의 성과를 ‘느낌’으로 판단하곤 했습니다.
“이번 글은 진심을 담았으니까 반응이 좋겠지.”
“이 릴스는 인사이트가 있으니까 사람들이 좋아하겠지.”
하지만 실제 반응은 늘 다르게 나타났고, 그때마다 느꼈습니다.
- 단순, 진심이 결과를 담보하진 않는다.
- 결과에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언어가 바로 데이터다.
뉴스레터 오픈율이 갑자기 낮아졌을 때, 이전 같으면 내용이 별로였나?라고 막연히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A/B 테스트로 ‘제목 줄의 단어’만 바꿔도 오픈율이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 경험들을 겪으며 점점 더 ‘데이터드리븐하게 일한다는 것’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단순히 숫자만 보는 게 아니라,
- 직관을 데이터로 검증하고,
- 데이터를 기준으로 다시 행동을 조정하고,
- 그 과정에서 반복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일.
이게 바로 데이터 기반으로 일한다는 것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데이터는 정답을 주진 않지만, ‘어디서 잘못됐는지’, ‘무엇을 바꿔야 할지’를 말해주는 나침반이 되어줍니다.
결국 데이터는 사람의 감각을 증폭시키는 ‘두 번째 눈’이자, 더 똑똑하게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언어라는 걸 실무로 익혔습니다.
6. ‘커뮤니티’는 숫자가 아니라 관계다
처음엔 커뮤니티 성과를 이야기할 때, “이번 기수에 몇 명이 참여했는지”, “슬랙 채널에 몇 명이 들어왔는지” 같은 숫자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실무를 하면서 점점 더 중요하게 느낀 건 숫자보다 사람 사이의 연결이었습니다.
하이아웃풋클럽에서는 수많은 챌린지와 프로그램이 열립니다. 그중 일부는 참여율이 낮고, 일부는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기도 합니다.
무엇이 차이를 만들었을까 되돌아보면, 장치보다 관계를 먼저 만든 시도들이 오래갔습니다.
커뮤니티의 진짜 가치는 우리가 제공한 콘텐츠가 아니라, 그 안에서 ‘서로 연결되는 경험’을 만든 데 있었다는 걸요.
마니또, 포인트, 뱃지 같은 구조적 장치도 분명 도움이 되지만, 그보다 더 강력했던 건 함께 프로젝트를 해본 경험, 매주 릴스를 올리며 서로를 응원한 기억, 회고 모임에서 ‘나도 같은 고민 했어요’라고 말한 순간들이었습니다.
커뮤니티는 결국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 장치로 시작되더라도, 연결이 지속되지 않으면 흩어진다.
- 숫자가 많아도 기억에 남는 사람과 순간이 없다면 오래 가지 않는다.
이제는 저는 단순히 슬랙에 잔존하고 있는 멤버 수보다 “이번 기수에서 누가 연결됐는가?”, “그들이 끝나고도 서로를 기억하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 안에서 누군가가 “여기 와서 처음으로 내 얘기를 털어놨어요.”라고 말하는 순간, 저는 그게 진짜 커뮤니티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7. 결국, 일도 성장도 모두 ‘사람’에서 시작된다
데이터를 보고, 전환을 만들고, 콘텐츠를 설계하며 마케터로서 수많은 툴과 전략을 익혀왔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가장 깊게 남는 건 아주 단순한 사실 하나였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의 끝에는 사람이 있다는 것.
실리콘밸리 창업가와의 행사를 준비하며 가장 신경 썼던 건 예산도, 장소도, 마케팅 지표도 아니었습니다.
“그날 이 자리에 온 사람들이 진짜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을까?”
그 질문을 끝까지 놓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아티클 발행부터, 현장 동선, 발표 내용, 이메일/문자까지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를 조율하며 느꼈습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설계하는 건 ‘사람이 느끼는 경험’이라는 걸요.
그리고 팀과 함께 일하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함께 퇴근길에 회고하고, 거절당한 기획안에 서로 격려해주고, 콘텐츠 기획안 하나에 30분을 붙들고 고민했던 날들.
그 모든 과정이 사람과 일하는 방식이자, 나를 더 좋은 동료로 만들어준 시간이었습니다.
성과는 숫자로 남지만, 성장과 변화는 결국 사람에게서 온다는 것.
그게 이 1년 동안 제가 얻은 가장 큰 배움입니다.
앞으로 저는
1년 전, 프리랜서에서 정식으로 출근하며 “마케터로서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품고 트래픽머신의 문을 열었습니다.
처음엔 매일 출근하는 것도 낯설었고, 팀 안에서 나의 역할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할 때도 많았습니다.
주어진 일을 잘하는 데 집중했던 시기, 혼자서 결과를 내려 애썼던 순간도 있었고요.
하지만 365일이 흐른 지금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주 조금 달라졌습니다.
나는 문제를 정의하고, 실행하며,
사람에게 닿는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여정을 함께 만들어가는 팀 안에서 더 잘 자랄 수 있는 사람이다.
성과보다 성장, 혼자보다 함께. 좋은 마케터가 되기 위해 배운 기술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함께 일하고 싶은 좋은 동료가 되는 법을 먼저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문제를 정의하고, 실행하며, 사람에게 닿는 결과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성과보다 성장, 혼자보다 함께.
- 좋은 동료이자, 의미 있는 시도를 계속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이 글이 지금 막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누군가, 혹은 나다운 마케터의 기준을 찾고 있는 사람에게 작은 용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