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스타트업으로,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배운 ‘일의 감각’

정부기관에서 스타트업으로, 무거운 갑옷을 벗고 ‘실행’과 ‘도전’을 배웠습니다. 트래픽머신에서 함께한 3개월, 불확실함 속에서 찾은 진짜 일의 의미를 전합니다.

정부에서 스타트업으로,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배운 ‘일의 감각’

무거운 갑옷을 입고 있었다

트래픽머신에 지원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더 주저없이 도전하는, 그 ‘적극적인 정신’을 되찾고 싶었다. ‘박진감’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행동은 주저하는 내 모습이 매우 답답했다.

나는 직전 2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정부기관 중 하나인 행정안전부 장관실에서 청년보좌역(관)으로 일했다. 불과 2년 전 새로 만들어진 자리로,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를 보고하며 정책으로 연결하는 역할이다. 결코 내 경력을 앞세우려는 것은 아니고, 중대한 역할을 맡은 만큼 무게감이 컸다는 사실을 표현하고 싶었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특성과, 나이에 비해 높은 직급에서 오는 부담감은 꽤 컸다. 처음으로 공직에 들어선 입장이라, 조직문화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까지 꽤 많은 눈치를 보기도 했다. 또한 말 한마디, 제안 하나에도 무게가 실렸고, 관계가 중요한 자리라 행동이 더더욱 조심스러웠다.

특히 내가 맡은 업무는 청년들을 위한 새로운 일들을 도모하는 역할이었지만, 정부의 본래 기능은 사회 전반의 리스크를 예방하고 조정하는 것이다. 그 본질은 거스를 수 없기에, 나도 모르게, 조심스럽고 방어적인 태도가 몸에 배기 시작했다.

그게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그 역할을 해야 하고, 지금도 그러한 역할이 있어 사회가 안정적으로 굴러간다. 다만 나에게는, 그 시기를 지나며 무언가를 가볍게 시도하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감각이 무뎌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 보기로 했다. 지금의 모습을 틀로 고정시키기보다는, 새로운 환경에서 나도 몰랐던 감각을 꺼내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도전하는 태도와 실행하는 속도를 다시 되찾고 싶었다.

물론 두려움도 컸다. 조직의 규모도, 문화도, 업무도 모두 다른 환경이었으니까. 하지만 확신은 있었다. 조금만 버텨낸다면, 분명 그만한 성장이 따라올 거라 믿었다.

그래서 트래픽머신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던 순간이 지금도 선명하다. ‘내 인생에 새로운 국면이 열리는구나’ 하는 느낌이 뇌리를 스쳐갔다.


체크아웃과 함께 돌아본 3개월

트래픽머신에서는 매일 [STAND UP]과 [CHECK OUT]을 작성한다. 오늘의 상태와 할일, 그리고 반드시 해내야 하는 원씽을 작성해 팀원들에게 공유하고, 이에 대한 회고도 매일 팀원들에게 공유한다.

처음엔 나도 마찬가지였다.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귀찮게 느껴질 만한 일이었고,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만 직접 해보니 효과는 분명했다. 하루하루 업무 맥락이 훨씬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그날의 선택과 행동 속에서 개선할 수 있는 지점들을 바로바로 포착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다른 팀원들의 고민, 업무 진행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됐다. 그들의 상태를 잘 이해하게 되면서 내가 협응할 수 있는 타이밍과 방식도 훨씬 분명해졌다.

3개월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그날의 생각을 다시 읽는 것만으로도 내가 성장한 궤적이 역동적으로(?) 드러난다. 그만큼 치열한 고민이 순간이기도 한데, 그때마다 나를 향한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런데, 이 질문들은 대부분 정답이 없거나, 애초에 명확할 수 없는 문제였다. 불확실하지만서도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가려 애쓰는 과정에서, 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고민해봤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맞닥뜨린 문제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새로운 환경에 들어선 누군가가 비슷한 질문 앞에 섰을 때, 그 고민 자체가 의미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리해본 기록이다.

한편으론 함께 일했던 우리 팀원들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질문에 대한 자기만의 답을 찾는 과정 속에서 ‘팀으로서 일한다는 것’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근무를 하면서 스스로 질문한 10가지 질문

1️⃣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할 것인가?

"업무 진행상황에 ‘서프라이즈’가 없어야 합니다. 팀원들에게 더 자주, 더 디테일하게 공유해 주세요."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오버커뮤니케이션'이다.

트래픽머신에서 3개월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피드백이기도 한데, 팀 분위기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더 자주, 더 자세히 하라니. 매우 당황스러운 와중에 타이밍을 잡기 위해 몹시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여러 시도 끝에 깨달은 포인트는 ‘내가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팀원이 물어보는 순간 늦은 거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주, 때로는 몇 분 단위로도 상황을 공유해야 한다.

특히 업무 중에 ‘인사이트’를 얻었다면, 더더욱 빨리 공유해야 한다. 먼저 업무 상의 깨달음은 서로 다른 프로젝트를 하고 있더라도, 다른 팀원에게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감정적인 측면도 중요한데, 업무 상에 성과나 소소한 보람이 있어도 빠르게 알릴수록 좋다. 팀원 모두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 그리고 반대로 부정적인 일이 있어도 팀원들과 나누며 빠르게 감정을 회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오버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든다. 하지만 소통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가 훨씬 크다. 과도할 정도로 소통해도 문제없지만, 부족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2️⃣ 고민과 행동의 완벽한 비율은?

"일단 발사부터 하고 조준해도 늦지 않습니다. 다만, 난사가 되어선 안됩니다"

모집 공고부터 눈에 확 들어온 단어, ‘발사 후 조준’.

트래픽머신은 말 그대로 빠르게 시도하고, 행동하며 배우는 문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동시에 ‘생각 없이 행동하면 안 된다’는 말도 자주 들었다.

속도를 내야 하지만, 무작정 움직여선 안 된다니, 이 두 메시지 사이에서 혼란스러웠던 순간이 많았다. 초반에는 속도에만 집중했다가 ‘아웃풋이 없는 시도’가 되었고, 그 다음엔 너무 깊이 고민하느라 ‘이미 늦은 시도’가 되기도 했다.

결국 이 질문에 대한 내 결론은 간단하다.

완벽한 고민과 행동의 비율은 없다. 다만, 스스로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해야한다.

회의 상황을 예로 들자면, 너무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완벽한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주저하다가 말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아무 준비 없이 말하면 잊혀질 수 있기에 참 애매한 노릇이다. 곧 타이밍과 전달력을 모두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 애매한 중간 지점을 잡아내는 연습과 전략이 필요하다.

내가 채득한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완벽하지 않아도 60%쯤 준비됐을 때 팀에게 말하기’다. 어느 정도 굵직한 내용이 잡혔을 때, 주저하지 않고 팀원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이다. 100% 준비된 상태는 방향을 수정하기 어렵다. 60% 즈음에서 팀원과 이야기한다면 빠른 타이밍에 행동할 수 있음은 물론, 방향을 유연하게 수정할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40%는 팀과 함께 채워나가면 된다.

요약하자면, 혼자 고민한다면 적절한 타이밍도, 완성도도 갖출 수 없다. 팀과 함께 하면 불확실한 대부분의 일을 흔들리지 않고 해낼 수 있다.


3️⃣ 업무에 얼마나 자신감이 있는가?

"마케팅 경험이 전혀 없는데 괜찮을까요?"

마케팅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 그리고 전혀 다른 조직 문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은 꽤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

“내가 뭘 안다고…” 싶은 마음에 내 생각은 꾹 삼키고, 팀원들의 의견에만 따르곤 했다. 그럴수록 자신감은 줄어들었고, 어느새 수동적인 태도가 익숙해졌다. 그러다 한 번, 가영님과 아이린님과의 원온원 미팅에서 솔직하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저 진짜 잘하고 있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차라리 답을 좀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있는 두 분도 같은 마음이셨다. 처음 다루는 프로덕트, 처음 접하는 상황(환경) 앞에서 명확한 정답을 정의하지 않는 것이다. 정답을 찾아가는 나름의 접근 방법은 있지만, 문제를 마주하는 모든 순간마다 항상 가설을 세우고 실행하며 조금씩 답을 찾아간다는 답변을 받았다.

“저희는 진감님이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더욱 더 적극적으로 시도하길 바래요”

그제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눈에 띄는 정답은 애초에 없다. 중요한 건, 불확실함 속에서 찾아가는 태도라는 것이다. 오히려 경험해보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이, 나만의 방법으로, 기존의 틀을 깨는 신선한 방법을 찾기도 한다.

물론, 부족한 전문성을 인정하고 채우려는 자세는 중요하다. 하지만 ‘안 해봤다’는 이유로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 결국 중요한 자질이란, ‘능력(전문성)이라기 보다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였다.


4️⃣ 나는 얼마나 팀에 기여하고 있는가?

앞선 고민과도 이어지는 지점이다. 특히 첫 한달은 무언가를 해내고는 있었지만, 그게 프로젝트나 팀 전체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이는 곧 자존감의 문제이자, 팀에 대한 소속감과도 번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나쁜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내가 빠져도 티 안 나는 거 아닐까?”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야 깨달은 건, 그 당시엔 몰랐을 뿐이지, 어디선가 분명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번은 RETRO 광고 영상을 수백 개 분석해 8개의 유형을 도출하고, 어떠한 전개방식을 사용하는 지 자료로 정리한 적이 있다. 처음엔 앱 다운로드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런데, 수백 명의 인플루언서를 컨택했던 정윤님은 그 자료 덕분에 다양한 영상 전개 방식을 인플루언서에게 제안할 수 있었다고 말해줬다. 오히려 “이런 건 왜 성과에 안 적어요?”라는 말을 듣는데, 정말 멍한 느낌이었다.

그제야 비로소, ‘아, 이게 도움이 되는 일이었구나’ 하고 실감할 수 있었다.

애초에 기여도란, 객관화하기 매우 어려운 영역이다. 오히려 나중에야 의미가 드러나는 경우가 더 많다. 다만,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무언가는 분명히 쌓이고 있다고 믿는 믿음이 중요하다.


5️⃣ 적절한 회의 시간(길이)는?

“회의는 함께 있는 시간만큼 더 무거운 리소스다.”

팀원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는 회의는 분명 혼자 일할 때보다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한정 시간을 쓸 수는 없다. 특히 브레인스토밍처럼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모으는 회의일수록, 끝없이 이어지기 쉽다. 내가 트래픽머신 안에서 다양한 회의를 경험하며, 깨달은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회의는 ‘곱셈의 시간’이다 → 따라서, 명확한 시간 제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5명이 1시간 회의를 하면, 실제로는 1시간이 아니라 총 5시간을 사용하는 셈이다. 단순히 ‘참여’한 것이 아니라 모두의 시간을 함께 쓰는 일이라는 감각이 필요하다.

둘째, 빡센 준비와 밀도 있는 진행이 핵심이다.

시간을 제한한 와중에, 이렇게 많은 내용을 진행하기 위해선 회의를 위한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나는 회의를 거듭할수록, 직전 1~2시간을 준비에 할애했던 것 같다. 특히 팀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은 데이터와 함께 최대한 상세하게, 디스커션 포인트는 구체적인 맥락과 상황을 준비한다.

그리고 회의는 결론만 도출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실행 가능한 액션 플랜까지 나와야 한다. 결론이 모호하거나 다음 단계가 명확하지 않으면, 회의는 쉽게 흐지부지되고 행동으로도 이어지지 않는다.

정리하면, 회의를 길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짧더라도 충분히 준비된 회의는, 긴 회의보다 훨씬 더 많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처음엔 다소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준비도가 팀원 모두의 시간을 아낄 수 있고,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폭발적인 아웃풋을 낼 수 있다.


6️⃣ 좋은 기획, 좋은 아이디어란?

RETRO를 홍보하기 위한 앰버서더를 운영하면서, 대학생 참가자들과 함께 현장 홍보 이벤트를 준비한 적이 있었다. 담당자는 나 혼자이기에 액션 아이템부터 참가자의 동선, 시간 등을 직접 정리했고, 스스로는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의에서 설명을 시작하자마자 질문이 쏟아졌다. ‘참가 시간은 어떤 기준으로 설정한 거예요?’, ‘이 시간대에 액션 장소를 나눈 이유가 있나요?’ 설명이 길어질수록 모두의 표정은 굳어졌고, 결국 “다시 한 번 정리해서 공유할게요”라는 말로 회의를 마무리해야 했다.

그제서야 비로소 느꼈다. 아무리 잘 설계된 기획이라도, 설명이 복잡하거나, 리스크가 불분명하거나, 팀원들이 쉽게 공감하지 못한다면 그건 기획이 아니라 그저 '내 생각'에 머무를 뿐이다.

‘좋은 기획’은 아이디어 자체 뿐만 아니라, ‘전달 구조’에도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내가 이해하고 준비한 아이디어가 아닌, 팀 전체가 함께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가공되어야 진짜 기획이 된다.


7️⃣ 나만이 가진 역할(장점)은 무엇인가?

모든 구성원이 비슷한 업무를 나눠 맡기보다는, 각자 가진 장점을 토대로 역할을 분배할 때 팀 전체의 생산성이 높아진다. 전반적인 작업 속도가 빨라질 뿐만 아니라, 개별적으로 겪는 병목현상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각 팀원이 어떤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이는지, 어떤 유형의 업무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지를 '팀원 모두가 미리' 파악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특히 자신감과 자기 인식이 중요하다. 자신의 장점을 스스로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거나, 그 장점을 업무에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면 개인의 업무 효능감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팀원들과의 소통에도 문제가 생긴다.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직접 겪었기 때문이다. 앞선 3번과 4번처럼 나의 첫 한 달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부족으로 팀원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지 못했다. 다만,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을 찾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시도해서다. 그 결과 낯선 사람과 자연스럽고 섬세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살려 'RGC 대학생 앰버서더'를 운영하고, 특히 '대학교 현장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각자의 역할이 어느 정도 분명해졌다면, 그 다음은 도움을 주고받는 타이밍과 방법을 익혀야 한다. 내가 정말로 더 잘할 수 있는 일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나서면 도움이 아닌 간섭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도움을 요청할 때도 상대의 업무 흐름을 고려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핵심은 결국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지원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팀원들과 업무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할 때 각자의 강점을 조합한 효과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해진다. 서로 눈치 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도움을 주고받으며, 나아가 말하지 않아도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해 빠르게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진정한 팀워크가 아닐까 싶다.


8️⃣ 팀원들과 어떤 태도로 소통해야 할까?

이 고민은 ‘자연스러운 소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과 연결된다. 처음엔 회사에 적응하는 것 자체가 벅차서 여유가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서 조금씩 원래의 성격이 드러났다. 자연스럽게 웃음이 많아졌고, 농담도 자주 건넸다. 특별히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팀원들과의 분위기가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애교 진감’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처음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아, 이제 팀 안에서 나도 좀 더 편해졌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다만, 모든 상황에서 같은 태도를 유지할 순 없었다. 지나치게 친근한 어투는 때로 내 의도와 다르게 전달된 이슈를 겪기도 했다. 그래서 그 이후론 업무나 회의 상황에서는 180도 다른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평소 자주 쓰는 “괜찮아요~”, “다 좋아요~” 같은 표현은 듣는 입장에 따라 애매하게 들릴 수 있다. 특히 '거절'이나 '우려'를 표현할 땐, 더더욱 명확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은, 말투보다는 메시지를 더욱 강조한다. 부드러움을 유지하되, 확실한 워딩의사표현을 분명하게 전달하려 노력한다. 디테일한 커뮤니케이션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다만, 그만큼 적은 에너지로 큰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9️⃣ 팀원과 역할 분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선 대학생 앰버서더 그룹과 RETRO 창업자 NATHAN 과의 오프라인 밋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크게 배운 건, 현장은 절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희원님, 트커님과 사전에 역할을 나누고, 기획안도 꽤 상세히 정리했지만, 막상 당일이 되자 준비한 흐름과 현장의 실제 상황 사이에 뚜렷한 간극이 생겼다.

예상치 못했던 테크니컬 이슈나, 참가자가 너무 빨리 도착한다거나 현장에서만 보이는 상황 때문에 처음에 설계한 역할을 그대로 수행하기란 거의 불가능해진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정해진 역할’을 과감히 내려놓을 수 있는 유연함이다.

물론 팀 전체 효율만 보면, 각자 잘하는 일을 맡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현장처럼 즉각적 판단과 행동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누가 더 잘하느냐’보다,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느냐’가 중요해진다. 그 역할에 가장 익숙한 사람이 지금 움직일 수 없다면, 가능한 사람이 먼저 움직이는 것이 정답이다.

당연히, 예상과 다른 일을 하게 되면 괜히 피곤하고, 불만도 가득하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스스로 되새겼다.

“팀이란, 각자의 역할을 완수하는 모임이 아니라, 하나로 묶여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조직이다.”

일단 행사를 잘 마무리하고, 팀원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회포를 푸는 순간을 상상하며 버티고, 또 풀어내며 우리는 더욱 끈끈해져갔다.


🔟 팀원들과 어떤 추억을 남길 것인가?

팀워크가 ‘잘 맞는다’는 느낌은 단순히 업무 효율에서 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따뜻한 말 한마디, 웃음이 터졌던 순간, 서로를 배려했던 기억에서 비롯된다. 함께 일했다고 모두 가까워지는 건 아니다. 추억을 공유해야, 팀이 된다.

트래픽머신에는 ‘굳이데이’라는 문화가 있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법한 행동을 하는 날이다. 하루는 굳이 회사에서 1시간 반이나 떨어진 카페에 방문해 인당 N만원의 커피를 즐기며, 굳이 업무와 관련 없는 보드 게임을 하고, 굳이 저녁까지 함께 먹으며 지구오락실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단순한 노는 것 같아 보여도, 이 날 이후로 ‘일의 호흡’이 달라졌음을 실감했다. 어쩌면 업무와는 무관하고,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시간들이지만, 그랬기에 우리만의 리듬을 만들수 있었고, 심리적인 거리를 줄일 수 있었다.

이때의 기억이 강렬해서인지, 인턴 생활을 마무리 하기 전에 팀원들에게 ‘추억’을 하나 선물하고 싶었다. 매일 커피를 달고 사는 우리 팀원들을 위해, 직접 드립 커피를 내려주기로 마음먹은 것. 사실 몇 주 동안 생각만 하고 도구가 없어 미루다가, 어느 날 회사 1층 카페에서 도구(주전자, 드리퍼, 필터 등)를 빌릴 수 있었고, 결국 건강한 커피를 선물할 수 있었다.

더 자주 있었다면 좋겠지만, 추억을 하나라도 남겨서 다행이다 싶다. 3개월을 돌아보면 이렇다. 서로 섞여 아웃풋을 내는 순간도 즐거웠지만, 효율을 넘어 비효율을 함께 할 때 비로소 우리는 완전한 팀이 되어갔다.


불확실함 속에서 함께 답을 찾은 3개월

트래픽머신에서의 3개월은 내 안의 무거운 갑옷을 조금씩 부수는 시간이었다. 답이 없는 문제를 무려 10개나 마주했던 모든 순간이 고비였다. 하지만 ‘지옥캠프’를 끝까지 버텨내는 과정에서 비로소 성장할 수 있었음을 믿는다.

이 모든 건 함께한 팀원들이 있어 가능했다.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은 물론, 의견을 구하면 언제든 날아오는 피드백, 얼굴은 날카로워도 따뜻한 슬랙 메세지, 너무나도 멋진 이들 사이에서 덩달아 멋있어질 수 있었다. 뭐랄까, ‘근백자백’이랄까?

이 안에서 느낀 ‘일의 의미’을 정의한다면, 다음과 같다.

“불확실성 속에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

애초에 인생사 모든 일은 답이 없다. 그럼에도 답을 찾아야 하고,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 어쩌면 굉장히 무섭고 두려운 일이다. 다만, 팀으로 일한다면 그 캄캄한 미래를 손을 모아 겁먹지 않고, 빠르게 헤쳐나갈 수 있다.

SBS 예능 런닝맨에서 자주 나오는, ‘미스터리 박스’ 게임이 떠오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에 손만 넣어 무언가를 만져야 할 때를 상상해보자. 그 안에 아무것도 아닌 물체가 들어 있어도, 정체를 알 수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섭고 떨리기 마련이다.

그럴 때 필요한 건, 바로 ‘정답’이 아니라, 누군가의 따뜻한 손이다. 함께 안에서 더듬고, 확인하고, 서로의 반응을 주고받는 사이에 조금씩 방향이 생기고, 무섭던 감각도 희미해진다. 이런 상호작용이 곧, 트래픽머신이 말하는 ‘오버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실감한다.

또 다시 펼쳐질 불확실한 미래가 이제는 두렵지 않다.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방법'을 배웠고, ‘(빅윈 같은)스몰윈’ 경험은 곧 자신감이 되었다. 이제는 무거운 갑옷을 내려놓고, 세상에 다시 한 번 크게 도약해보려 한다.

앞으로 더 담대하게, 더 박진감 넘치는 도전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그 누구보다 멋진 동료들과 함께 성장했고, 무엇보다 나는 트래픽머신 출신이니까😊